KIM HyeSoon
물 속에 잠긴 TV
물 속에 잠긴 TV
TV는 마치 욕조와 같아
나는 TV욕조 속에서 하루종일 나오지 않는 그녀를 들여다보네
손가락이 쪼글쪼글해지고
거울은 뿌옇게 흐려지고
머리 속까지 밀려들어오는 미지근한 물
마치 더운물을 보충할 때처럼 돌려지는 채널
암흑 방에서의 TV 시청
점점 더 깊은 땅 속으로 끌려 들어가서는
묻혀서도 숨쉬는 허파처럼
끝나지 않는 TV시청
그러나 자정 뉴스가 끝나면 그 뉴스에 이어서
그 뉴스를 견뎌내는 건 바로 그녀
오늘 밤 자정 뉴스는 오십명의 넥타이 맨 남자들을 보여 주었지만
여자들이 맡은 배역은 불에 타 죽은 아이를 껴안고
몸부림치며 우는 역할 뿐
나는 이어서 그녀라는 이름의 TV를 들여다보네
푸른 그늘이 용솟음치고, 침묵으로 얼어붙는 수초들
그 사이로 통곡하는 물고기들이 장의사 행렬처럼 떠가네
TV가 끝난 후 이 뇌파 어항의 불빛은 너무 춥고
곧 이어서 흘러나오는 죽은 아가들의 울음소리
그녀는 절대로 TV 눈꺼풀을 감지 않네
잠을 자는 것도 그녀에겐 일종의 말하기 방식
그녀는 잠 속에서도 우는 배역은 싫어
잉크도 종이도 없는 곳에서 흘러나오는
TV욕조 속 미지근한 물 속을
무거운 고개만 이리저리 흔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