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노래

얼굴을 가리고 여자들은 언덕으로 도망쳤네
말을 탄 남자들이 여자들을 몰고 마을로 내려오네
울던 여자들이 어디론가 실려가네
가서 낯선 곳에서 낯 모르는 많은 남자들과 잠을 자네
낯 모르는 남자와 잠을 자다가 우는 여자들이
우리 마을을 떠나 먼먼 곳에서 사네
노래를 부르네, 여자들이 웃으며 손으로 목을 조이며
그 소리는 슬픔이 날아가는 소리
날아라, 날아라 깃든 슬픔아

순진하게 웃는 여자들이 우리 마을에 있네
순진하게 웃다가
노인들에게 책망을 듣고 듣다가 웃다가
흠씬 야단을 맞고도 또 웃다가 두들겨맞다가  
또 웃어서 옷을 벗기고
나무에 매달려 얻어맞다가
또 웃다가 죽네

아이들을 잘 낳던 여자들이 우리 마을에는 있네
아이를 낳고 버리고 아이를 낳고 버리고
열쯤 버리고 짐승을 낳아 키우네 버린 아이들이 퍼런 감처럼
감나무에 매달려 있네
감나무에 매달린 아이들이 울면
까마귀가 날아와 아이들을 쪼아대네

말우리에서 잠을 자다가 돼지우리에서 잠을 자다가
개집 옆에서 쪼그리고 잠을 자다가
수탉이 잠든 옆에서 잠을 자다가
여자들은 꽃밭으로 가네
꽃밭에는 지렁이가 살고
여자들과 상관한 지렁이가 낳은 자식들도
우리 마을에 살고 있네

홍수가 나고 돼지들은 물에서 허우적거리다 근처에 있는 바다로
가서 갈치밥이 되고 더
멀리 떠내려가서는 산등성이에 던져져 산더덕의 먹이가 된다

슬픔이 자주 풀로 나무로 스며들었다 남자들은 아파서 보건소를
드나들었다 비행기를 타고 바다를 건너거나 대륙철도를 타고
먼 곳으로 기차여행을 해보고 싶다던 여자들은 풀을 씹으며
울었다 먼 나라에 가고 싶어요 먼 나라에

먼 곳에서 벌어진 전쟁을 보기 위해 사람들은 모여들었다
모깃불을 안고 퍼런 전파를 보다가 진짜 전장으로  가버린 남자들
남자들을 따라 전장으로 나간 여자들은 옷을 벗고 춤을 추었다
춤을 추다가 가끔 아편을 맞기도 했다
들판에서 단내가 녹진하게 나는 풀을 맞은 여자들은
다시는 마을로 돌아오지 않았다

부끄러움은 여름 민물풀처럼 우거져
울어도 되는 일이 없는 세월이 스며들어와 마음에 거칠 것 없는 들판을 만든다
작은 아이들이 무더기로 몰려다니며 노래를 부른다
가슴이 무덤에 들어간 아이들이다

태어나는 아이들은 세월을 몰라 다리에 힘이 돋아 걸어다닐 만하면 집을 나갔다
먼먼 등성이를 술 취해 돌아다니는 아이들도 많았다
못을 들고 제 가슴을 찌르며 남의 고행을 흉내내는 아이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
오, 검은 어머니 노란 곡식 속에 사는 메뚜기를, 메뚜기가 파놓은 세계를 먹어주세요

스민 슬픔은 아물지 않고 어디론가 가고
그 자리에 검은 군인이 우리 마을을 향하여
걸어오고 있다

© HUH Su Kyung
Audio production: 2005, M.Mechner / Literaturwerkstatt Berlin

[Je débouche la bouteille, deux fées y dormaient]

Je débouche la bouteille, deux fées y dormaient
… elles dansent et je vide verre sur verre à leur santé
et soudain je suis comme sans défense et innocent
pur, ingénu comme un petit enfant…

Plus rien à boire. Fini le gentil benêt !
assoiffé, je fais les cent pas seul dans l’appartement
je piétine en colère et fais voler mes jouets
insidieux, méchant, cruel comme un enfant

Traduit par Jean-Gaspard Páleníček
Bestiale tendresse, Les Cabannes, Fissile,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