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H Su Kyung

koreanisch

Urs Heftrich

deutsch

베를린에서 전태일을 보았다

그해 겨울 나는
이 도시의 가장 큰 박물관에 있는
가장 작은 지하방에 있었다

1.
고향에서 강제로 이주된 늙은 신들은 지상 전시실에서 눈동자
없는 눈으로 흉곽을 들여다 보고 있다 세계는 아직 점자가 아니고
눈동자없는 눈으로 살펴야 할 세계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다 가자,
가자, 늙은 신들은 발목없는 말을 재촉한다 지상전시실 입장료는
4마르크이다

2.
러시아에서 온 아낙들이 박물관 앞에서 붉은 별이 선명한
군용 모자를 판다 그리스정교의 성모가 작은 조갑지같은 박분통
안에 들어있다 그들의 사제 중 하나가 성모를 위해 착한 시간을
바쳤다 5마르크에 그 시간을 살 수 있다

3.
덜커덩, 전차가 지나간다
후루룩 국수를 먹는다
월남에서 온 키작은 남자가 노랗게 볶은 국수를 판다 고기를
넣으면 4마르크, 고기를 넣지 않으면 3마르크이다

4.
도시전철 안에서 전쟁을 피해온 가수는 노래한다 그의 입 안으로
탱크가 지나가고 탱크 안에는 목 잘린 태아가 웅크리고 있다 1마르크에
태아를 구경할 수 있다

5.
그의 얼굴은 희다 입술은 붉다 분주한 아침길 맥주를 들고
버스정류장에 앉아  그는 멀거니 세상을 들여다 본다 바쁜
세상의 아침을 축복할 수 있을까, 맥주가 있는 한 우리는
그의 축복을 받을 수 있다 1마르크 20 페니히이다

6.
병원 문을 두드린다 살려주세요 허연 수술칼을 든 검은 아버지 살려주세요

7.
장례식이 있는 날은 유난히 맑다 사람들 사이로 배고픈 검은 개가 서성인다
묘지가 있는 공원 앞에서 한다발 꽃을 얻는다 4마르크 50 페니히이다

8.
기억교회 옆에 극장이 있다 해질 무렵 영화는 상연된다
눈시울 붉은 하늘 가만 눈을 뜬다
그렁그렁 종소리가 잠시 이 도시의 허공에 맺힌다

9.
미라들이 박물관 지하에 있다 미라 옆방에는 거대한 항아리를 모아둔
방이 있다 그 방 위 지상층에는 유물을 수리하는 실험실이 있다
지하복도에 서서 기침을 하면 개짖는 소리같은 기침소리가 목으로
다시 기어들어온다 지하복도에서 빵을 먹는다 80페니히, 건포도빵이다

© HUH Su Kyung
Audioproduktion: 2005, M.Mechner / Literaturwerkstatt Berlin

[Unwohl ist mir in der Pelle]

Unwohl ist mir in der Pelle
unsicher in meiner Haut…
Du sei meine Freudenquelle
– sei so gut und zieh mich aus

Zieh die Haut mir ab kopfüber
wie wenn’s ein Pullover wär
zieh mich aus, und dann nichts lieber
als ein Gang mit dir ans Wehr…

Gedichtübertragung aus dem Tschechischen von Urs Heftrich